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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상에서 문학을 만나다 - 용인시 문학자판기(feat.에버라인)

by 알고본다 2020.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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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지하철에 들어섰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퇴근길에 지하철은 콩나물시루처럼 북적된다. 직장이 강남이라서 신분당선과 분당선 그리고 에버라인까지 경기도 지하철 삼총사를 모두 만나야한다. 남들과 다른 지적인 직장인이 되고파서 가방에 책을 넣어놓고 한 챕터씩 읽으려고 했었지만.. 너무나도 지쳐서 읽을 엄두조차 못냈다. 그렇다고 핸드폰도 할 수 없는게 요금제가 알뜬폰이라서 LTE와 WIFI 모두 안된다. 저장해놓은 음악을 여러번 반복해서 듣다보면 어느새 용인에 도착한다. 하지만 아직끝이 아니다. 처인구인 나의 집까지 가려면 용인의 자랑? 명물?인 무인전차 에버라인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분당선 기흥역에서 에버라인 기흥역까지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투표함처럼 생긴 작은 상자가 보인다. 자세히 다가가서 보면 이렇게 적혀있다. 용인시 문학자판기라고 말이다. 어이쿠, 내가 이런 문학적인 도시에 살고 있었나?하면서 놀라게 된다. 그리고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아래에는 이러한 문구가 적혀있다. 

 

하나, 아래의 버튼에서 하나를 선택해서 누른다. 

 

하나, 5초간 기다린다. 

 

하나, 인쇄된 문학 작품을 즐긴다. 

 

아니 왜, 하나,둘,셋이 아니라 계속 하나인거지? 만든 사람의 첫 사랑이 하나인가? 나는 잠시 의문이 들었지만 그저 시키는데로 따라해보기로 했다.

용인 에버라인 문학자판기

보기에는 그냥 투표함같이 생겼는데 종이에 인쇄가 가능한 신통방통한 녀석이다. 

 

소독일지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소독을 자주하는 것 같다. 버튼같은 부분에 알콜을 뿌려서 문지르거나 하겠지?

 

긴 글 혹은 짧은 글

나는 문학청년이기에 긴 글을 눌러본다. 어떤 글이 나올지 긴장되면서 한편으로 기대감이 든다. 

 

최은주 우리는 이별에 서툴러서

아버지와의 이별을 앞둔 사람의 서글픈 심리를 섬세한 묘사로 표현해낸 글인 것 같다. 최은주 작가라는 들어본적 없는 이름의 저자이다. 이별카페라고 나오는데 실제로 그런 곳이 있는지 궁금하다. 아니면 소설에서 만들어낸 공간일지도 모르겠다. 괜찮다는 말이 지금 괜찮다는 뜻일까 아니면 앞으로 괜찮아질 거라는 말일까? 음.. 잘 모르겠다. 나도 이별에는 서툰 편인데 시간이 나면 한 번쯤 책 전체를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삭막한 출퇴근 시간에 짧은 글을 읽으면서 마음의 위안을 갖는 뜻깊은 경험이였다. 내일 퇴근 때도 읽고 싶어진다. 과연 어떤 글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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